삼성서울병원 연구팀 "수직축 지각장애 있으면 발병위험 18.4배"
# A씨의 어머니(78)는 5년째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그런데 지난 설 명절에 찾아뵌 어머니의 자세는 평소와 크게 달라 가족을 놀라게 했다. 누가 잡아끄는 것도 아닌데 옆으로 쓰러질 것처럼 자꾸만 오른쪽으로 몸이 기울었기 때문이다. 지병인 허리 통증 탓인가도 생각했지만, 병원에서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피사 증후군'으로 진단했다.
피사 증후군은 몸통이 옆으로 10도 이상 기울어지는 자세 이상으로, 파킨슨병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에게 매우 흔하게 관찰되는 증상이다. 몸이 '피사의 탑'처럼 한쪽으로 확연히 기울어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피사 증후군 환자는 서 있거나 걸을 때는 몸통이 옆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이 두드러지지만, 외부에서 힘을 가해 허리를 펴주거나 누운 자세를 취하면 호전되는 게 질환의 특징이다. 이런 점에서 척추 골절을 포함한 척추의 퇴행성 질환으로 허리가 굽는 현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피사 증후군을 가진 파킨슨병 환자는 병이 진행함에 따라 몸통이 옆으로 기울어지는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더욱이 이 질환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심각한 요통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수많은 장애를 유발한다.
실제 피사증후군 환자의 몸이 기울어진 모습. 몸의 중심축이 남성환자(왼쪽)는 12도, 여성환자(오른쪽)는 18도 기울어 있다. [삼성서울병원]
또 몸통이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서 있거나 걸을 때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낙상 사고로 이어지면서 부축 없이 혼자서 걷는 게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피사 증후군이 파킨슨병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요인이지만,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지는 최근까지도 명확하지 않다. 또 효과적인 치료법이나 예방법도 전무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파킨슨병 환자에게 피사 증후군 발생 위험이 커지는 요인을 밝혀 주목된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따르면, 조진환(삼성서울병원 신경과)·허영은(분당차병원 신경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수직축에 대한 지각 장애'(verticality misperception)가 피사 증후군의 위험인자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수직축에 대한 지각은 말 그대로 '우리 몸이 똑바로 서 있다'라는 것을 내적으로 지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수직축에 대한 지각은 시각, 전정감각, 체성감각 등의 외부 정보가 통합돼 결정되는데, 중추신경계에 관련된 신경회로망을 통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특정 뇌질환으로 관련 신경회로망이 손상되고, 정보 통합 과정에 이상이 발생하면 수직축에 대한 지각장애가 발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몸통이 옆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삼성서울병원 운동장애클리닉에서 치료 중인 파킨슨병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수직축에 대한 지각 이상 여부와 함께 다른 잠재적 위험요인들과 피사 증후군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수직축에 대한 지각 이상 여부는 모니터 화면에 무작위로 기울어져 나타나는 막대선을 환자가 생각하는 수직 방향으로 맞추어 세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주관적 시수직 검사'(subjective visual vertical test)가 사용됐다.
수직축에 대한 지각장애가 있는 환자는 실제 수직에 맞추지 못하고, 지각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실제 수직과 어긋나는 정도도 커지게 된다.
피사 증후군이 있는 환자 54명과 그렇지 않은 환자 36명을 비교한 결과 그 차이는 확연했다.
피사 증후군 환자의 80% 이상이 수직축에 대한 지각 이상을 보인 반면, 피사 증후군이 없는 경우 단 1명만이 이런 이상을 보였다. 특히 몸통이 기울어진 정도가 클수록 실제 수직과 어긋나는 정도도 컸다.
연구팀은 다른 잠재적 위험요인을 배제할 경우, 수직축에 대한 지각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피사 증후군이 발생할 위험도가 18.4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응용하면 피사 증후군 증상을 조기에 예방하거나 근본적으로 교정하는 치료법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조진환 교수는 "파킨슨병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피사 증후군과 같은 여러 운동장애가 동반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면서 "이를 극복하려면 환자나 가족들이 작은 변화도 놓치지 말고 조기에 확인하고, 전문의와 함께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8030914980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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